[삼보사찰 천리순례] 왜 삼보에 주목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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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사찰 천리순례] 왜 삼보에 주목해야 하나 - 현대불교신문

[삼보사찰 천리순례] 왜 삼보에 주목해야 하나

 

 

三寶, 불교 신앙 기본… “귀의합니다” 

삼보는 예경 대상이자 성물
불교의 첫 관문, ‘삼보 귀의’ 
경전곳곳 삼보 중요성 설해
삼보사찰, 韓불교 특유 신앙
불교 사상 구심화 작업 필요
구심화, 삼보 중심 이뤄져야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歸依佛 兩足尊
거룩한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歸依法 離欲尊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 歸依僧 衆中尊

모든 불교법회는 ‘삼귀의례(三歸依禮)’로 시작한다. 불보(佛寶), 법보(法寶), 승보(僧寶)에게 귀의하겠다는 의미의 의식이다. 

불(佛)·법(法)·승(僧) 삼보(三寶)는 범어로 ‘ratna-traya’, 빠알리어로 ‘ratana-ttaya’이며, 세 종류의 진귀한 보배, 또는 세 가지 존귀한 보배라는 의미다. ‘불교 신앙심의 예배대상이자 성물임과 동시에 해탈성불의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의지해야 할 그야말로 보배(정인 스님)’가 바로 삼보다. 

부처님 열반 이후 원시불교를 거쳐 대승불교로 이어지면서 불보살의 명호수가 많아지고, 경전량이 방대해졌으며, 교단의 수행체계가 증감이 있었지만, 삼보에 대한 귀의 의무는 오늘날까지 출·재가자 모두에게 믿음의 근간이다. 또한 지역적인 북방불교, 남방불교를 초월해 삼보사상이 이어져 오고 있다.

불자들의 귀의처인 삼보에 대한 귀의와 예경의 중요성은 경전 곳곳에서 확인된다. 〈증일아함경〉제12권 21 삼보품에는 부처님이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서 삼보 귀의의 공덕을 모든 비구들에게 설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스스로 귀의하는 덕(德)에 세 가지가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부처님께 귀의하는 것이 첫 번째 덕이고, 법(法)에 귀의하는 것이 두 번째 덕이며, 승가에 귀의하는 것이 세 번째 덕이다. 

첫 번째로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면 가장 존귀하여 더 높은 것 없고 다음으로 또 법을 받들어 섬기면 탐욕이 없어지고 집착도 없어진다. 현성(賢聖) 대중을 공경하고 받드는 것 그것은 가장 좋은 복밭(福田)이니 그런 사람은 제일가는 지혜가 있어 제일 먼저 복을 받으리라. 만일 그가 천상이나 인간에 태어나면 대중들 속에서 바른 길잡이가 되고 또한 가장 묘한 자리를 얻어 저절로 감로(甘露)를 마시게 되리라.

몸에는 7보 옷 입고 다른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가장 완전한 계를 갖추어 모든 감각기관 새거나 결함 없으리. 게다가 지혜의 바다까지 얻어 열반의 세계로 차츰 나아가리니 이 세 가지에 귀의하는 사람은 태어나는 세계 또한 어려운 일 없으리.”

이밖에도 〈관무량수경〉에서는 “불(佛)의 이름, 법(法)의 이름을 듣고 승(僧)의 이름을 들을 것, 삼보의 이름을 들으면 바로 왕생할 수 있다”고 하며 “이 가운데 불은 불교의 교주로서 일체지인이며, 법은 부처님이 설한 교법을 말하며, 승이란 그 스승인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수행하는 모든 불제자들을 일컫는다”고 했다.

〈잡아비담심론〉 제10에는 “제불소득(諸佛所得)의 무학법에 귀의하면 귀의불이고 열반 무상법에 귀의하면 귀의법이고 승의 무학무법에 귀의하면 귀의승”이라고 기록했다.

이처럼 불자들은 부처님 재세시부터 세 가지 보배, 삼보에 귀의했으며, 이런 전통은 오늘날까지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는 ‘삼귀의’는 불교인이 되는 첫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종교 의례이며 규범이다. 그래서 삼귀의를 삼귀의례 또는 삼귀의계(三歸依戒)라고 하는 것이다.

삼보를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한국불교의 특징이다. 대표적인 것이 삼보사찰이다. 삼보사찰은 통일신라 전후기에 불사리를 모신 영축산 통도사와 고려 후기에 법사리를 모신 가야산 해인사, 고려시대 16국사와 2왕사를 배출한 조계산 송광사를 중심으로 완성됐다. 불보종찰 통도사, 법보종찰 해인사, 승보종찰 송광사는 말 그대로 삼보를 상징했고, 조선시대 이후 삼보사찰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삼보사찰은 일본이나 중국 등 다른 대승불교권 국가에서는 찾아보기가 어려운 사찰이다. 

붓다의 진신사리를 모신 통도사의 적멸보궁은 신라 시대 자장 스님이 진신사리 100과를 전해오면서 비롯됐다. 본래 통도사를 비롯해 상원사, 법흥사, 정암사가 적멸보궁으로 이름을 알렸으나 1970년대 이후 설악산 봉정암에도 진신사리가 봉안되며 ‘오대 적멸보궁’으로 자리잡았다. 

법보신앙은 불교 전래 이후 꾸준히 이뤄져 왔다. 고구려의 경우 강경(講經)의 상행이, 백제의 경우 율전을 통한 실천 및 주술, 치병을 위한 독경이 행해졌음을 알 수 있다. 신라의 경우 신라삼보 개념과 경전의 호국공능 인식 경전신앙의 초기적 형태가 행해졌다. 

승보 관련 신앙은 선종의 경우 조사신앙으로 나타났다. 또한 승보 공양을 통해 복전(福田)을 짓는 복전사상의 발전은 대승불교권에서 보시 바리밀의 공덕으로 더욱 활성화됐다. 

불·법·승 삼보와 그에 대한 귀의는 불교 신앙의 시작점이며, 불교중흥의 구심점도 삼보에 있다. 불보와 법보의 예경과 교단을 수호하고 지켜가는 승보에 대한 존경은 불교 신행의 기본이다. 다시 기본에 집중하는 것이 현재 한국불교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에 대해 노권용 원광대 명예교수는 소논문 ‘불·법·승 삼보와 불교 신앙’을 통해 불교사상 정립이 삼보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인류 종교 신앙사를 고찰해 볼 때 각 종교 사상에 대한 구심화와 원심화의 양면적 작업이 요청돼 왔음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불교는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원심화 작업에는 큰 장점이 있으나 다양성을 하나의 축으로 집약시킬 수 있는 구심화 작업에는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교는 불교사상의 구심화 작업을 보강해야 하며, 그런 구심화 작업은 1차적으로 불·법·승 삼보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