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피가 뭐예요?...몽중가피, 현증가피, 명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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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불교 정말 쉬워요] 가피가 뭐예요?

Q 옆집에 사는 언니가 꿈꾸던 직장에 들어갔어요. 이 소리를 들은 엄마가 부처님 가피라고 했어요. 

그런데 할아버지 ‘부처님 가피’가 무슨 말씀이에요? 

곧은 줏대와 다짐, 절제서 나오는 
내 애씀에 돌아오는 부처님 응답
정성이 이뤄지게 하는 부처님 힘

A 요새 취직하기가 별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는데… 

언니가 무척 기쁘겠구나. 바람을 이루려고 정성껏 애쓰는 사람 뜻이 이뤄지도록 하는 부처님 힘을 ‘가피(加被)’라고 한단다. 가피에는 ‘몽중(夢中)’ 가피와 ‘현증(顯證)’ 가피 그리고 ‘명훈(冥勳)’ 가피’ 세 가지가 있다고 해. 

 

몽중은 꿈속이라는 말인데, 너무 간절히 바라다보니 꿈에서 부처님이나 보살님을 만나 바람을 이루는 것을 가리켜. 

현증 가피란 바람이 실제로 이루어져 내보일 수 있다는 말씀이야. 

명훈 가피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도 부처님과 보살님 보살핌을 언제나 받고 있다는 말씀이지. 

법정스님은 늘 무슨 일이든지 마음먹었으면 바로 하고 머뭇거리지 말라고 하셨어. 

할애비는 그 말씀을 받아 오래도록 찌든 술과 담배를 멀리했어. 

그 뒤로 밤 시간을 돌려받아 식구들과 어울리는 복을 누리는 명훈 가피를 오래도록 입고 있어. 또 2006년 법정스님이 쓰신 책을 어떤 분에게 읽어보라고 드렸는데 “강원도에 사는 스님이 하는 말씀이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고 읽으라고 하느냐?”고 해서 깜짝 놀랐어. 비록 찾아오는 이가 많아 강원도 오두막으로 가셨지만 스님이 우리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려드리려고 마음먹었어.

평생 일기도 쓰지 않던 내가 다섯 해 동안 열심히 글쓰기를 해서 <법정스님 숨결>을 펴냈어요. 

그 뒤로 스님 인연 있는 분들 삶을 엮어낸 것을 비롯해 네 권이나 되는 책을 더 써내는 현증 가피를 입었지. 아울러 요즘 이따금 누리 또래나 언니 오빠와 한반도 평화 얘기를 나누고 다니는데, 한때 평화 나눔 일이 벅차다는 생각을 했어. 그때 법정스님이 꿈에 나타나셔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내게 앞으로 쭉 나아가라고 하셨어. 몽중 가피지. 덕분에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어.

사람들은 누구나 바람을 가지고 살아가. 바라는 것이 있으니까 열심히 공부를 하고 일도 하지. 그런데 애는 쓰지도 않고 옹근 열매를 거둘 수 있을까? 아니야. 

가피는 메아리처럼 ‘내 애씀에 돌아오는 부처님 응답’이야. 이루기 어렵지 않을까 싶어도 해야 할 짓이라면 마음을 다하고 있는 힘을 쏟아 정성껏 해봐. 힘이 부치더라도 둘레 사람들이 마음 모으고 힘을 보태주어 마침내 이룰 수 있어요. 이럴 때 “정성을 다하면 하늘도 감동한다”고 말하지.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곧은 줏대와 굳은 다짐 그리고 절제야. 가피를 이루는 힘은 거기서 나오거든. 

[불교신문3348호/2017년11월25일자]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